[행복 PEOPLE] 밥장, 매일매일 행복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2011/03/16 |  사람이야기 > 행복 PEOPLE > 

밥장, 매일매일 행복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밥장, 그는 밝고 유쾌했다. 그리고 이름에서의 어감처럼 명쾌했다. 해성여자고등학교에서 4일간 학생들과 벽화 프로젝트를 진행한 그는 얼굴에 파란색과 노란색 페인트를 잔뜩 묻힌 채 아이들과 농담을 하며 까르르 웃고 있었다. 이번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프로젝트 수익금의 일부는 고 3 학생들을 위한 포트폴리오 책자에 쓰도록 기부했다. 아이들과 행복하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웃고, 공사 울타리에 아이들과 함께 멋진 그림과 추억을 남긴 것만으로도 감사할 뿐이란다.


그는 2005년까지 장석원이란 이름으로 살았다. 학창시절에는 키 작고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칭찬받기 좋아하는 소심한 모범생이었다. 그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SK텔레콤에 입사했다. 그러나 끊임없이 자신의 꿈과 미래를 고민하던 그는 그림에 대한 애착을 더이상 떨쳐낼수 없어서 과감히 사표를 내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독학으로 그린 그림을 모아 그는 전시회도 열고 책도 썼다. 그때 밥(Bob) 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새롭게 다시 태어나고 싶은 의미에서 스스로 만들었단다. 파워 블로거라는 이름이 무색하지 않게 그는 단시간에 두터운 팬 층을 확보했고 묵묵히 작업한 덕에 지금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기 일러스트레이터로 자리매김했다. 


밥장, 매일매일 행복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그의 그림은 색이 원색적이고 재밌고 쉽고 작고 섬세하다. 그리고 적나라해서 들여다보고 있으면 오히려 궁금해진다. 그 호기심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양이다. 

“지친 이들에게는 위로를, 사랑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용기를, 메마른 이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테라피 같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마흔둘의 나이에 ‘설렘’을 느끼고 여전히 ‘꿈’을 꾸는 그는 지금, “진짜 행복하다”고 외쳤다. 


언제부터 그룹사보의 표지와 목차 일러스트를 전담하게 됐나요? SK 출신으로서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밥장 씨에게 일러스트란 어떤 의미인가요?

한마디로 생계죠. 생계인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생계입니다.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이 생계가 안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다행스럽게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이 곧 생계가 됐죠. 일이 재미있고 돈을 지불하는 사람이 제 가치를 인정해주니 즐겁습니다. 



일러스트 작가로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무엇인가요?

출근과 퇴근이 없고, 힘든 회의가 없고, 그래서 시간 여유가 많고,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제가 짤 수 있으니 제가 제 시간의 주인공이 돼 행복합니다. 여전히 직장인들을 만나면 본인의 시간이 부족하고 약간은 비효율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힘들어합니다. 개인의 행복이 결국 이런 것들과 큰 연관성이 있으니 기업이 구성원들의 입장이 돼 조금 더 배려해준다면 결국 회사는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요즘 밥장 씨는 행복한가요?

무척 행복합니다. 오늘처럼 재능기부를 하러 오면 고등학생들이 그림 그리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행복하지 않으려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정서적인 만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치 있는 사람이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 사람들의 관심 등이 제게 큰 힘이 되고 이는 행복감을 느끼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밥장, 매일매일 행복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특히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때가 언제인가요? 밥장 씨가 생각하는 진정한 행복은 무엇입니까?

일하다 보면 클라이언트가 이미 저를 알고 일을 맡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일단 제 작업 방식을 알고 좋아하는 분이기 때문에 기쁘고 그 가치를 알고 인정해주니까 일하기도 수월할 뿐만 아니라 결과물도 잘 나옵니다. 일하는 내내 상호 존중하니까요.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파트너라는 개념으로 일할 때 정성을 다하게 되고 동등한 조건으로 룰을 정확히 지킬 때 신뢰가 쌓이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꾸준히 재능기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밥장 씨에게 나눔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원래 이웃을 돕는 일에 관심이 많았는데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재능기부를 하게 됐습니다. 제가 돈이 많지는 않으니까요. 재능기부의 장점은 내가 가진 재능으로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한 곳에 언제든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겁니다. 일방적으로 제가 해주는 게 아니라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을 해드리고 또 제가 도움이 필요할 때는 그분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문화죠. 한쪽에서만 일방적으로 퍼주는 기부는 받는 사람이 불편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 재능기부는 주고받아 나눈다는 의미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정서적인 교감도 더 잘되고요. 


고등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벽화를 가르치고 받은 보수를 미대 진학이 꿈인 학생들의 포트폴리오 제작에 기부하는 등의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돌려준다든지, 지역 도서관에 도서관 벽화를 그려준다거나, 어린이재단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에 필요한 그림을 무료로 그려준다든지 그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구성원에서 작가로의 방향 전환이 인생에서의 큰 도전이었을 텐데, 어려운 결정을 내린 이후의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하십니까? 

일러스트 작가로 활동한 지 올해로 11년 차인데 나름 대만족입니다. 이젠 어떤 일을 하든지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신감이 생겼죠. 그동안의 ‘혹독한’ 훈련 때문이겠죠? 무언가 새롭게 벌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고, ‘언젠가 해봐야지’ 하는 머리보다 이젠 손이나 발이 먼저 가는, 이미 어느 샌가 하고 있는, 그렇게 능동적이고 대범하게 변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변에 좋은 사람도 많아졌고 인간관계도 폭넓어졌고요. 



도전이 준 가장 큰 배움은 무엇입니까?

도전 자체가 곧 배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직접 해보고 부딪히며 온몸으로 느끼고 그렇게 배우는 확실한 배움이었습니다. 작은 것부터 도전하면 배움의 맛, 도전의 맛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솔직히 후회하신 적은 없나요?

없었습니다. 사실 후회보다는 회사에서 배운 것들이 이 일을 혼자 하면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SK에서 4년 일했고, 그 밖의 조직 생활도 8년 했는데 그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품질관리, 인력관리, 예산관리, 일정관리죠. 회사생활을 해본 게 항상 득이 많이 됐다고 생각해왔습니다.



도전 이후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이었습니까?

처음 3년간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저를 알리는 게. 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제일 잘할 수 있는지 찾아야 했고, 확신을 갖고 그 우물을 파기까지 정말 어려웠습니다. 2003년부터 개인 사업자로 등록해 디자인 작업을 하긴 했지만 계속 물음표였는데 어느 순간 그림에 재미를 느끼니까 술술 풀렸습니다. 3년을 좌충우돌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고, 2005년이 돼서야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무모함과 도전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갑자기 생각났는데 가수 에릭 크랩튼(Eric Clapton)의 말을 인용하면, “그 사람의 현재가 과거를 정의한다.” 에릭 크랩톤이 마약을 할 때는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쓰레기 취급을 했지만, 지금은 약물도 끊고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음악도 잘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잖아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도전과 무모함은 결국 한 끝 차이인데 도전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으면 그게 도전이 되는 거고 결과가 안 좋으면 어쩔 수 없이 무모함이 돼버리는 거죠. 내가 어떻게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밥장, 매일매일 행복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by 밥장

얼마 전 밥장이 책을 냈다. 이름하여 《나는 일러스트레이터다. 프리랜서로 독립하기 전부터 현업 일러스트레이터로 자리 잡기까지, 그동안 겪은 깊은 고민과 에피소드, 그리고 노하우를 19개 실제 프로젝트를 예를 들어 소개하고 있다. 그룹사보「SK」메인 일러스트의 생생한 작업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