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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설 연휴가 끝났습니다. 연휴는 아무리 길어도 ‘하루만 더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한 법이지요. 연휴에 쉰 걸로는 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요? 말이 연휴지 일하는 장소를 회사에서 가정으로 옮겼을 뿐이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곰곰 생각해 보면 출근할 때보다는 누워 있는 시간도, 텔레비전을 보며 게으르게 보낸 시간도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쉼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혹시, 제대로 쉬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빈둥빈둥거린다고 다 잘 쉬는 걸까?

인텔의 사용자경험연구소 소장이며 인류학자인 제네비브 벨(Genevieve Bell)은 빈둥빈둥거리는 가운데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며 ‘지루함’을 강조했습니다. 그렇다면 연휴 기간 빈둥거렸던 사람은 반짝반짝한 아이디어가 샘솟아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지요. 머릿속이 멍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난감하기조차 합니다.
출처 : flickr.com/photos/6mpasos/4455115348/
이는 텔레비전이나 보고 인터넷이나 하면서 빈둥빈둥 보내는 시간을 ‘쉰다’고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유명한 IT 칼럼리스트인 니컬러스 카(Nicholas Carr)는 컴퓨터,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면 우리의 뇌가 남이 만들어 놓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만 급급해 창의적인 생각을 잘 못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인터넷이나 하면서 멍하니 보내는 시간은 잘 쉬고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지요.

우리의 뇌는 근육과 같아서 잘 써 주면 건강해지고, 내버려 두면 약해집니다. 아인슈타인의 뇌를 연구한 것으로 유명한 신경과학자 마리안 다이아몬드(Marian Diamond)는 사람 나이 60세 이상에 해당하는 쥐에게 장난감과 운동 기구, 친구 쥐들을 넣어 주고 관찰했더니 실험용 쥐의 뇌의 크기가 커진 것은 물론 아무 자극 없이 홀로 생활하던 쥐보다 미로를 훨씬 잘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다이아몬드 박사는 우리의 뇌는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발달한다고 하며 뇌 사용의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창의적인 생각을 낳는 ‘좋은 휴식’ - 생각 주간과 사가독서

그렇다면 어떻게 쉬어야 ‘잘’ 쉬는 걸까요? 휴식은 일상에서 잠시 떠나 여유를 갖는 일입니다. 이 말은 곧 늘 해 왔던 습관들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빌 게이츠가 MS사의 CEO였을 당시, 그는 1년에 두 번씩 별장에 은둔하면서 '생각 주간(Think Week)'을 가졌습니다. 빌 게이츠는 이 기간 동안 책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홀로 지내며 회사의 미래를 결정지을 전략과 아이디어를 구상했습니다. 외부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찬찬히 되돌아보는 그의 휴식 방법은 MS사의 창의적인 사업 아이템들과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출처: flickr.com/photos/friarsbalsam/4609212148
미국에 빌 게이츠가 있다면 우리나라의 조선 시대에는 세종이 있었습니다. 물론 세종이 직접 ‘은둔형 휴식’을 취했던 것은 아니고, 집현전 학사들 가운데 재능과 행실이 뛰어난 자를 뽑아 휴가를 주어 독서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한 것이지요. 이를 ‘사가독서(賜暇讀書)’라고 합니다.

사가독서제에 뽑힌 문신에게 주어지는 기한은 가장 짧아야 1~3개월이었고, 이 기간 동안에는 나랏일과 관계없이 책을 읽으며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었습니다. 세종 이후 이 제도는 폐지되었다가 부활하기를 반복했지만, 중종 대에서부터 임진왜란이 일어날 때까지 70여 년 동안은 율곡 이이를 비롯한 많은 인재들이 이 제도의 혜택을 입고 획기적인 정책안과 개혁안을 내놓았지요.

휴식에도 질이 있다

‘생각 주간’과 ‘사가독서’의 공통점은 시간들이 외부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새로운 지식에 도전하는 것으로 채워졌다는 점입니다. 정신과 의사이자 뇌 영상 전문가인 대니얼 에이멘(Daniel Amen)은 ‘(뇌 발달에)가장 좋은 정신 운동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전에 해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일을 경험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혹시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는 게 내 정신 건강에는 제일 좋아!’ 하고 항변하는 분이 있을지 모릅니다. 뭐, 그렇기도 한 것 같습니다. 다만 아무 생각 없는 것으로 시작해 아무 생각 없이 끝나는 것은 경계하자는 것이지요. 빌 게이츠나 세종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일부러 만든 이유는 과중한 업무에서 잠시 떠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은 앞으로의 삶에 변화를 기대한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이제 휴식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 보면 어떨까요? 휴식은 삶의 방향을 바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시간이다, 이렇게요. 잘 쉬면 정신도, 몸도 건강해져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휴식에도 질이 있다는 사실, 잘 아셨죠?^^
행복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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